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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고향사랑기부제로 100년 극장을 바라보는 광주극장에서 보낸 편지

  • 2024.03.20
  • By 콘텐츠팀

안녕하세요, 고향사랑 기부자님. 

1997년 광주극장에 입사하여 현재 극장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수 전무이사입니다. 

▲ 광주극장 직원들과 함께 (중앙_김형수 전무이사)

먼저 작년 2023년에 광주극장 보존을 위해 많은 기부자님들께서 참여해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서두에 남깁니다. 온·오프라인상으로도 광주극장에 많은 사랑과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셨기에 그 감사함을 마음에 담아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작년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한 기부자님, 작년에 광주광역시 동구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사업과 지정기부에 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고향사랑기부 사업의 취지에 대해서 십분 공감을 하면서도 지정기부처로 광주극장을 선정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에는 '설마….', '정말로?' 하는 반신반의와 함께 이제 80년 넘게 한자리에서 버텨내고 존재한 것에 대한 가치를 비로소 인정받는구나!' 라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 오늘날의 광주광역시 동구

경제발전과 도시의 급변화로 광주극장이 위치한 원도심 광주 충장로도 제가 입사할 때 보았던 모습에서 이제는 3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주위에 들어서 몰라보게 바뀌었습니다. 비단 충장로뿐만 아니라, 광주 대부분이 고층의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이 들어서며 재개발되었고, 도로 또한 넓게 확장되면서 추억이 서린 골목과 주택들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짧지 않은 89년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광주극장도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 많은 위기가 있었고, 폐관에 이를 뻔한 적도 많습니다. 2000년 이후 급변화된 영화산업과 관람 문화의 다변화로 향토극장이라 불린 전통적인 형태의 극장들은 거의 다 사라졌고, 뒤늦게 시민단체와 지자체에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온 공간들을 보존하려 했지만 ‘개발’과 ‘자본’의 속도에 밀려 이미 사라진 공간들을 되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 광주극장 외관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50년 넘게 광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태어난 동네의 행정면(名)은 아직 존재하지만 정작 그곳을 찾아가면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행히도 동네 입구에 있는 ‘통샘’이라는 우물 하나가 안내 표지석과 함께 보존되어 있어 그나마 그 우물을 통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마음에 깃든 추억의 장소가 내가 사는 도시에 하나쯤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장소’는 사람과 더불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도시에 다양한 층위의 세월이 축적된 장소가 많을수록 그 도시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 1964년 광주극장 단체관람 사진

광주극장은 제가 입사하기 훨씬 전인 1935년부터 현재 위치한 충장로 46번길 10번지에 89년간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극장' 또는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에게는 정작 그 말이 실감 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무디어서라기보다 극장과 함께 매일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에 대한 기록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하루가 10년처럼, 20년처럼 덩어리져 느껴지곤 합니다.

▲ 2023년 광주극장 88년 개관 축하행사 사진

그래도 가끔 덩어리져 뭉쳐진 시간을 들여다볼 때면 그곳에는 제 모습보다는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오늘도 광주극장은 문을 열었는지?」, 「장마와 폭우와 폭설에 극장은 이상 없는지?」 걱정과 안부를 물어주는 분들의 얼굴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는 종소리를 기다리며 잠시 복도 의자에 앉아 극장 안을 감도는 공기에 차분하게 자신의 호흡을 맞추는 모습들. 한 관객 한 관객의 얼굴과 모습들이 광주극장의 하루하루를 밝혀주고, 오늘의 이 시간까지 버텨내며 존재할 수 있게 한 것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 광주극장에서 촬영한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

명절 때 고향 광주를 찾은 분들은 충장로의 옛 극장들이 모두 사라져 아쉬웠는데, 그래도 광주극장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에 “이제야 정말 고향에 내려온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극장 입구에서부터 1층, 2층 각 층을 둘러보며 옛 기억들을 되살려내는 모습과 입가에 잔잔하게 퍼지는 미소들, 시간을 담아낸 공간과 장소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들입니다. 극장 밖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사람들은 어느 시기의 기억과 추억이 깃든 공간을 만날 때 고향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광주광역시 동구청에서도 광주극장의 고향 같은 푸근함과 그 안에 담겨 온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들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광주극장을 보존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사업으로 지정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위기브_광주극장 100년 보존 프로젝트 모금 화면

광주극장은 2002년부터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변모하여 획일화된 영화시장에서 다양성과 예술성을 내걸고 현재까지 안간힘을 내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노후화되는 시설과 건물, 2,000㎡가 넘는 면적의 극장을 유지하는 일에는 많은 노동과 자본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도 버텨낼 수 있을지, 존폐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후 위기로 인한 기상 환경은 오래된 건물에 많은 생채기를 내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노후된 극장 시설과 장비의 교체와 개보수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광주극장 상영실 내부

2024년은 작년에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해 주신 시민 여러분의 소중한 고향사랑 기부금이 광주극장에 사용되는 첫해입니다.

지난 한 해 동구청과 각계의 전문가들이 극장의 면면을 살펴보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기부금 사용 절차와 방식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백 년의 역사를 내다보고 있는 광주극장이 2035년, 시민들과 함께 건강하게 백 년을 맞이하기 위해  건물의 정밀한 안전진단과 함께 노후화를 늦추고 방지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시행 될 것입니다. 광주극장에 기부해주신 분들의 응원과 사랑으로 맞게 될 새로운 시간에 대한 기대와 변화를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기부에 대한 감사함을 어떤 모습을 통해 보답해야 할까 하는 무거운 책임과 다짐을 굳게 해봅니다. 

▲ 광주극장 영사 실장 정홍주

 

▼ 2023년 고향사랑기부제 광주극장 기부금 사용처 현황 ▼

1단계 모금 대성공!  
[1차 기부금 사용처]

1. 극장보존을 위한 시설개선 목표 기부금 : 5,200만 원
 ① 정밀 안전 점검비 : 1,800만 원
 ② 외벽보수 및 도장공사비 : 2,400만 원 
 ③ 화장실 개선 공사비 : 1,000만 원 

 

2단계 모금 준비 중!  
[2차 기부금 사용처]

1. 석면 철거 공사 목표 기부금 : 7,300만 원
 - 노후화된 석면 건축 자재를 철거하고 관객에게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3단계 모금 준비 중!  
[3차 기부금 사용처]

1. 극장의자 교체 및 바닥공사 목표 기부금 : 18,900만 원
 - 오래된 객석 의자를 교체하고 바닥공사를 진행합니다. 1층 540석, 2층 310석을 교체할 예정이며, 역사 보존을 위해 일정 구역의 객석은 그대로 보존하고자 합니다.


광주극장이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주기를 응원하는 기부자들의 마음과 온정을 잊지 않고, 매일 되새기며 새로운 하루하루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2024년 광주극장의 긍정적인 변화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리며, 앞으로도 광주극장이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으로 여러분들 곁에 함께 있을 수 있도록 1935년 문을 열었던 그 마음 잊지 않고 힘찬 발걸음 내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광주극장 직원 일동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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