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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광주극장] 항상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 관하여 #8 김수현 손님

  • 2023.10.04
  • By 콘텐츠팀

<항상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 관하여(약칭 상영관)>은 광주극장에서 100편의 영화를 관람한 관객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좋은 소식들이 계속되지 않더라도, 좋은 영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광주극장 100년 관객 아카이브 여덟번째 김수현 손님

 


 

Q. 벌써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이네요. 오늘 상영관 프로젝트 여덟 번째 손님으로 김수현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수현님 역시 극장을 오가며 오랫동안 뵈었던 단골 관객인데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처음이라 반갑고 기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책 읽고 음악 듣는 것도 그런 편입니다. 운동과 여행도 그러한데, 자주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개인작업 중입니다.

 

Q. 이곳 광주에 거주하시게 된 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요? 혹시 다른 지역에 계시다가 오셨다면, 그 계기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광주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이후 광주를 간간이 오가며 타지 생활을 하다 2010년대 중후 반부터는 다시 쭉 광주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광주로 다시 오게 된 것이 광주극장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까지 딱히 이주 계획이 없는 것에 광주극장이 주요 고려 요소 중 하나인 것은 사실입니다.

 

Q. 광주극장을 처음 찾아오시게 된 것은 언제, 어떤 계기였을지 궁금합니다.
A. 명확한 기억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은 2000년 여름의 <미션 임파서블 2> (오우삼, 2000)와 <와호장룡>(이안, 2000) 입니다. 그전에도 온 적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두 작품 다 ‘드디어 개봉하는구나'라고 할 만한 작품이어서 자연스레 극장을 찾았던 것이고요. <와호장룡>이 무협 장르의 작품인지라 '객잔', '객주'라고 일컬을 만한 장면들이 간간이 나오는데 그때 광주극장의 느낌이 그랬어요. 2층에서 봤는데, 사람들로 꽉 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션: 임파서블2>도 마찬가지였는데, 비둘기 장면에서 어깨를 들썩거리던 몇몇은 감독의 팬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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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00편 영화 관람을 달성하신 만큼 극장을 자주 찾으실뿐더러, 실제로 각본 및 연출 작업을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현님의 일상과 영화는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는데요. 다양한 예술 분야 중에서 특히 영화를 선호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특히 리듬과 공간 등의 측면에서 독보적인 면이 있다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그만큼 여전히 한없이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근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무궁무진하다는 뜻이 될 테니까요. 이미 제게 남은 시간들로는 턱없이 부족할 테니, 안심하고 다가가려 하고 있습니다.

 

Q. OTT 서비스를 비롯하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이렇게 꾸준히 극장이라는 곳으로 찾아오시게 되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OTT 등의 관람 방식도 즐기는 편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창작하신 분들의 의도를 온 전히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극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역시 아직까지는 시간 맞춰 극장으로 가기 위해 가락발걸음을 재촉하고, 돌아오는 길에 열 손을 동원해 가며 이미 지나가버린 작품을 애써 되돌려보려는 시도들을 대신할 만한 다른 것은 나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흔히들 ‘특이점’이라고 하는 시기가 되면 뭔가 달라질까요? 글쎄요. 그게 언제일지, 또 그때가 되더라도 그걸 제가 알아차릴 수나 있을지는 제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그냥 갈 수 있을 때 최대한 극장에 간다, 라고 단순화한 생활습관으로 삼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극장에서 관람하신 작품 중 가장 깊은 인상을 얻게 되었던 영화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화양연화> (왕가위, 2000) 입니다. 2000년 당시 딱히 왕가위의 팬이었던 건 아니고 그 저 수능을 불과 며칠 안 남겨둔 일요일 낮의 수험생이었는데, 그날따라 공부하러 가기가 그렇게 싫더라고요. 숨듯이 들어가서 봤는데, 어느 순간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그냥 거기 머물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들 뿐이었습니다. 극장 측엔 송구하게도 그냥 한 편 값만 내고는 숨어서 3번 연속해서 봤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더 철이 없었어요. 광주극장에게 이제야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누군가 이를 따라 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지금은 당연히 매회마다 결제하고 봅니다. 2020년 겨울에는 마스크도 쓰고 봤습니다. 20년 전 그때 그 극장에서 <화양연화> 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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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

 

Q. 그렇다면 100편 관람 달성 기념으로, 광주극장의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5편 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퀴스터스 부인의 천국 여행>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1975)을 보고 언젠가 다시 함께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단, 21세기의 초상> (더글러스 고든 · 필립 파레노, 2006)을 아직 큰 화면으로 본 적이 없어요. <오명> (알프레드 히치콕, 1946)은 히치콕의 주요 작품들 중 유난히 다시 볼 기회를 놓치곤 했던 작품이에요. 극 장에서 본다면 온전히 새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양연화>와 <괴물 >(봉준호, 2006). 1편만 더 꼽는다면 <메트로폴리스>(프리츠 랑, 1927)를 선택하겠습니 다. 4년 뒤면 개봉 100주년이 되더군요.ㅁ

 

Q. 광주극장에서 특별히 선호하시는 좌석이나 내부 공간이 있다면 어디일지도 궁금합니다.
A. 1층 중앙에서 살짝 뒤쪽에 주로 앉고 겨울엔 역시 2층 통로 뒤쪽에 주로 앉는데, 좌석에 크게 개의친 않아요. 때에 따라 바꾸기도 합니다. 종이 울린 후 불이 꺼지고 좌석들의 빨간 행렬이 희미하게 비칠 때, '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Q. 광주극장은 각종 특별전, GV, 콘서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혹시 특별하게 기억하시는 행사가 있다면 무엇인지 여쭙고 싶어요.
A. <옥자> (2017) GV 덕분에 봉준호 감독님을 '마침내' 영접했습니다. 2000년 초봄에 현 대극장에서 보자마자 홀리듯이 두 번 연거푸 보고 가져왔던 (여전히 최애하는 작품 중 한 편인)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2000> 팸플릿에 17년 만에 싸인을 받았어요! 제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이자 보물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어느 인터뷰에서 보니 해당 작품을 극장에서 보고 적잖이 괴로웠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그땐 저처럼 감독님 작품의 팸플릿, 포스터 등을 든 수많은 팬분들의 요청에 친절히 사인해 주셨었지만, 저만 괜히 쓰린 데뷔작의 기억을 들춰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음에 뵈면 2006년 여름 롯데시네마 광주(백화점) 점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보고 가져온 (<화양연화>와 함께 저에겐 여 전히 최고의 작품인) <괴물> 팸플릿에 사인을 받을 생각입니다. (故 변희봉 배우님의 명 복을 빕니다. 두 예술가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광주극장에게, 혹은 이 기록을 보게 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 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A. 굳이 갈래를 따지자면 '초현실주의'에 해당할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 같습 니다. 수십여 년 역경의 시간을 버텨낸 광주극장에서 그러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곤 합 니다. 좋은 소식들이 계속되지 않더라도, 좋은 영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본 인터뷰 전문은 광주극장 카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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