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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발제문] 최소한의 희망의 씨앗, 민간 플랫폼

  • 2023.09.06
  • By 대외협력팀

안녕하십니까. 시사저널 경제문화팀 오종탁 기자입니다. 저는 전문 영역과 대중 사이를 잇는 기자로서, 일반 국민 시각에서 이번 사안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을 좀 정리해서 전달드리려 합니다. '누가 봐도 이게 최선은 아닐 텐데 왜 현실이 이렇지?'라는 식의 상식적인 의문에서 비롯된 시각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장마가 얼마 전 끝나고 전국 재해 현장 곳곳이 재난 후유증에 휩싸였습니다. 해안가에서는 밀려든 수해 쓰레기가 섬을 이뤘고 산사태를 겪은 산지는 흙더미로 뒤범벅됐습니다. 엄청난 쓰레기가 쏟아져 나와 악취가 진동하는 가운데 책임지겠다는 공직자는 한 명도 없고 여기저기서 책임 공방만 난무합니다. 미비하게 대처한 어느 지자체의 수장은 전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저희 언론 입장에서는 불행 속에서도 국민에게 되도록 희망을 전하고 싶은데, 그럴 소재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습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현상이기에 기시감과 피로감도 상당합니다.     

 

실망은 실망이고, 재정적 부담은 곧바로 피부로 와닿는 현실인데요. 각 피해 지역은 복구의 어려움에 더해 예정에 없던 처리 비용 탓에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예산이 투입되는 국비·지방비 지원은 결국 국민 세금입니다. 하지만 생색은 중앙정부만 내는 느낌입니다. '정부에서 13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수해 피해 지원기준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는 거창한 소식 뒤의 현장에선 지자체들과 지역 주민들의 곡소리가 들립니다. '지원이 부족하다.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가 필요하다' '지원 속도가 느리다' '현실에 맞지 않다'는 목소립니다. 

 

여기에 뒤따르는 중앙정부의 피드백은 어떻습니까.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예년 집중호우 때보다 2주 정도 빠르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지속된 호우·침수로 피해 조사가 어렵다.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피해 조사를 해서 기준을 충족한 경우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은 시·군·구는 피해액 50억~110억원 초과, 읍·면·동은 5억~11억원 초과다." "수해 피해 지원금 금액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특히 농수산물 피해 현황은 조사 중이므로 이것들이 다 집계돼야 정확한 지원 규모가 정해진다" 관료주의의 전형입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듣기만 해도 안타깝고 숨이 턱턱 막힙니다. 실제로 아까 권선필 교수님 발표를 들어보면 그동안 정부의 재난 피해 지원은 시기적인 측면과 기준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법제도의 측면, 늘 하던대로 하려는 관성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매번 비슷한 부조리를 목도하게 됩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자주 비교하는 해외의 사례에 주목합니다. 그런데 왜 재난, 재해 피해 지원을 놓고는 그러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에서 고향세 제도를 활용해 재난, 재해 지원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들여다볼 만한 사롑니다. 일본은 바로 이웃에 있고 재난, 재해 대응에 특화된 나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올해부터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일본 고향세를 벤치마킹하기도 했고요. 주지하셨다시피 일본 지자체들은 큰 재해 상황마다 고향세의 지정기부 모금을 통해 지원해 왔습니다. 핵심은 민간 플랫폼들과의 협업, 즉 민간 활용입니다. 관료주의를 타파할 동력은 관료조직 외부에서만 끌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고향세는 비단 재난, 재해 대응뿐 아니라 지자체의 재정적 어려움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 도모라는 제도의 기본 취지도 우리 고향사랑기부제보다 훨씬 잘 살리고 있습니다. 역시 마스터키는 민간입니다. 일본 고향세는 애초에 민간이 사업을 기획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특정 창구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열어뒀습니다. 저는 두 달 전쯤에 일본 고향세 현황 취재차 일본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물론 일본에도 지자체 재정 악화나 지역 소멸 이슈가 중대하지만, 최소한 희망의 씨앗이 보이고 그 기점이 고향세란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2008년 일본 고향세 도입 이후 우리의 '읍' 정도에 불과한 진세키코겐정이란 지역에 한 해 80억원의 기부금이 모금되고, 타지 출신 젊은이들이 속속 모여들고, 대기업이나 명문대와의 협업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돈이 돌고 일이 이뤄지고 얘기가 되니까 점점 더 분위기가 좋아지더라고요.         

 

반면 우리 고향사랑기부제는 모금 창구를 정부 플랫폼으로 일원화하고 기부금을 이용한 다양한 지역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등 단점을 노출하며 '관치(官治)'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 기자들이 해당 사안을 환기했습니다. 일선 지자체들부터 연구자들, 언론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동일한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사안의 이해 관계자가 아닙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고향사랑기부제와 운영 주체인 정부에 대해 쏟아지는 문제 제기가 결코 반대를 위한 반대, 지적을 위한 지적은 아닙니다. 공익과 선의를 위한 절절한 고언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도 외부의 피드백을 수렴해 보완된 정책을 내놓는 출구전략을 마련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적어도 시급한 재해, 재난 대응에 대한 고향사랑기부제 활용법쯤은 진지하게 논의해 볼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번 토론회를 통해 현재 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를 재해, 재난 대응에 활용하는 게 왜 힘든지는 이해를 했습니다. 그래도 "'어렵다'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고려는 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일선 지자체들의 호소를 외면해선 안 될 것입니다. 

 

발언을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토론회에 참석하며 스친 생각이 있습니다. 정부의 재해, 재난 대응과 인구 문제 대응이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20여 년 전부터 남발된 인구 정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출산하면 중앙정부에서 돈을 주겠다'는 등 비슷비슷하고 일시적인 미봉책 속에서 악순환만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민간, 특히 경제계를 중심으로 '더 이상 공공 영역에만 인구 위기 대응을 일임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생존과 솔루션 도출에 특화된 민간기업들이 나서야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정부도 혼자만 지려던 짐을 내려놓고 민간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깁니다. 취재 기자 입장에서는 인구 문제에 있어 이제야 조금씩 희망의 빛줄기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회의 논의가 재해, 재난 지원 방식 변화의 시발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재난, 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차후에 발생하더라도 대응 과정의 답답함이 재연되지 않길 바랍니다. 이제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자체의 재난, 재해 대응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재해 발생 몇 시간 만에 대규모 지원금이 모금돼 즉시 적재적소에 뿌려졌다' '재해 지원금 기부가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위기 때 똘똘 뭉치는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등의 희망적인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해당 글은 오종탁 기자의 사전 확인 후 업로드됨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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