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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은 왜 지금도 밥도둑인가… 게장의 역사

  • 2026.05.14
  • By 콘텐츠팀

 

게장은 왜 지금도 밥도둑인가… 게장의 역사


1. 밥 한 숟가락이 사라지는 순간
밥 한 숟가락을 뜬다. 돌게장을 올린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한 숟가락이 사라진다.
한국 식탁에서 ‘밥도둑’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은 이유다.

전라남도 여수. 이곳의 식탁에는 오래전부터 이 음식이 있었다. 돌게장이다. 여수 앞바다에서 잡은 돌게를 간장에 숙성해 만든 음식으로, 짭조름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2. 이 음식,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게장은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이다.

그 흔적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인 이규보의 기록에는 게를 식재료로 활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구체적인 조리법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도 게가 식문화 속에서 소비되던 해산물이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해석된다.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이규보의 글에는 게와 발효 음식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는 표현도 전해진다.

그는 새로 담근 술독을 열었을 때 퍼지는 향과 풍경을 묘사하며, 게와 술을 두고 “게는 금빛 액체와 같고 술은 봉래산의 신선주와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어찌 약을 먹고 신선을 구하겠는가”라는 구절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당시에도 게와 발효 음식이 단순한 저장식이 아니라 미식적 경험으로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즉, 고려시대부터 게는 이미 특별한 맛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셈이다.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조선시대로 넘어오면 보다 구체적인 조리 방식이 기록된다.

『산림경제』(1715)에는 게를 보관하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한다. 술지게미를 활용한 조해법, 술에 절이는 주해법, 식초와 간장을 활용한 장초해법, 끓인 소금물로 절이는 침해법 등이 그것이다.

이 방식들은 오늘날처럼 하나의 레시피라기보다, 제철 해산물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다양한 보존 기술에 가까웠다.

3. 게장은 원래 ‘한 가지 음식’이 아니었다
문헌 속에서 이 음식은 ‘게젓’으로도 불린다. 간장게장이라는 이름이 고정되기 전까지, 지역과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던 것이다. 핵심은 하나다. 게를 오래 먹기 위한 음식이었다는 점이다.

4. 살아 있는 게와 소고기가 함께 들어간 이유
민간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도 전해진다. 항아리에 소고기 조각과 살아 있는 게를 함께 넣고 하룻밤을 둔 뒤, 게가 고기를 먹으면 간장을 부어 숙성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당시 게장이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숙성과 변화 과정을 전제로 한 음식으로 인식됐음을 보여준다.

5. 왕의 식탁에도 등장했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방식이 등장한다.

다만 이는 당시 선비들의 식사 예법과는 맞지 않는 방식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또한 경종 시기 궁중 식문화와 관련된 기록들 속에서도 게장이 언급된다. 이 시기는 왕실의 식생활 관리가 엄격했던 시기로,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기준과 해석이 보다 신중하게 다뤄지던 때였다.

이와 함께 경종의 죽음을 둘러싸고 독살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시기라는 정치적 배경까지 겹치면서, 궁중 식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기록도 다양하게 남게 된다. 이처럼 게장은 단순한 반찬의 범주를 넘어 민간과 궁중을 오가며 여러 맥락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음식이었다.


6. 이름이 바뀌면서 살아남은 음식
시간이 흐르면서 이 음식은 ‘게젓’ 혹은 젓갈류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형태와 이름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였다. 제철 게를 오래 먹기 위한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게장은 보존식에서 시작해 민간 음식, 궁중 음식의 경계를 오가며 이어져 왔다. 그리고 지금은 여전히 한국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밥 한 공기를 비우게 만드는 음식. 그 이름은 여전히 ‘게장’이다.

 

이두희 기자

do_doo@fairtrav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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