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문화지원팀의 한상원 팀장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삶과 미래를 위해 ‘야구’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왜 하필 ‘야구’였을까? 한상원 팀장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야구를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협동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야구장에서만큼은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어울리는 미래를 꿈꾸는 한상원 팀장. 그가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E.T 야구단’을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 한상원 팀장과 문화지원팀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문화지원팀은 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우선 장애인분들의 능동적인 신체 활동 및 훈련을 돕는 스포츠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분들을 위한 평생교육 사업도 있죠. 또한 장애인분들을 위한 문화여가 지원사업과 더불어, 그 가족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을 가족들이 돌봐줘야 합니다. 당연히 가족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고충은 결코 적지 않죠. 자녀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을 때는 더욱 심각할 테고요. 따라서 광주에서는 지자체 최초로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중증 장애인분들만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E.T 야구단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E.T 야구단은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인 WBC 열풍이 한창일 때 기획했습니다. 다만 막상 운영을 시작하려고 하니 야구 장비와 유니폼을 구입하고, 감독과 코치진을 모집하고, 구장을 대여하는 등 필요한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니더군요.

어떻게든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2016년에 야구단 활동을 지원해줄 후원 기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전국 최초의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 동아리 ‘E.T 야구단’을 창설할 수 있었죠.

▲ 훈련 전 스트레칭을 하는 E.T 야구단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E.T 야구단 활동을 하면서 단원들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외출 같은 간단한 활동조차 어렵죠. 그래서 야구단 활동 초기에는 야외 활동을 싫어하거나 타인과 어울리기 싫어했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훈련을 진행했더니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죠.

심지어 어떤 친구는 야구단 활동을 하면서 운동에 푹 빠진 나머지 현재는 볼링 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힘들어 했던 친구였거든요. 하지만 야구단 활동을 지속할수록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도 걸고 함께 어울려 노는 것도 스스럼없이 해냈죠. 중증장애가 있는 친구들에게는 그조차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아이들에게서 이러한 변화가 보일 때마다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아이들에게 E.T 야구단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이들은 E.T 야구단에서 또래 집단과 교류하며 자립심과 사교성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야구 또한 엄연한 사회 활동으로서 아이들에게 타인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죠. 야구단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들은 자신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낄 것이고, 결국에는 가족들의 도움 없이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훈련 중인 E.T 야구단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안타깝게도 E.T 야구단의 후원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후원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6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2016년에 시작했으니 올해가 마지막 해인 셈이죠. 당연히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십니다. 특히 부모님들이 무척 실망하셨죠. 하지만 아무런 지원 없이 야구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고향사랑 기금사업에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가 선정되면서 많은 분들이 반겼겠네요.

맞습니다.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E.T 야구단이 고향사랑기부제 사업으로 선정된 것에 야구단 부모님들 모두가 무척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야구단 덕분에 아이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했는지는 부모님들이 가장 잘 아니까요.

E.T 야구단을 응원하는 기부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E.T 야구단 아이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활약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아이들에게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얼마든지 세상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여러분들의 마음이 저희에게 닿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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